‘지안’은 심리부검센터장이다. ‘심리부검’이란 자살로 사망한 경우 고인과 관련된 자료나 지인과의 면담 등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심리부검센터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들이 모인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마음을 알고 싶은 아내,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자신 때문에 남자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사연 등에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과 동시에 그 사람의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겨있다. ‘지안’은 남겨진 이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고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픔 또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지만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살과 관련된 모두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성숙한 애도와 극복의 과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