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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글 떠올리며 생각의 단서가 풀려나가는 것도 병인 것 같다. 지금 자꾸 황지우 시의 한 구절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나이 먹어 뚱뚱한 가죽 부대에 담긴 것 같은 자신이 어색해 견딜 수 없다며 뇌까린 시 구절이다. 그래서 혼자 흐린 주점에 앉아 있는 심정을 나도 알 것 같다.
다른 맥락에서 쓰인 발터 벤야민의 한 말씀도 떠오른다.
“우리가 열다섯 살 때 알고 있던, 아니면 하고 있던 것만이 이후
어느 날 우리의 매력이 된다.”
그러므로 열다섯 살을 잃어버린 나이의 현명함. 당연히 매력 없다. 매력 없고 상스러워라. 서른 몇 살. 마흔 몇 살 심지어 오십, 육십들의 현명함이여. 죽어라고 건강을 챙기고 미친 듯이 레저를 즐기고 그 밖의 모든 시간에 일만 하는 상스러움이여, 현명함은 저축을 하고 재테크를 하고 노후 대비를 하면서 상스러워진다. 다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이 슬픈데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느냐고.
김갑수, 『지구 위의 작업실』(푸른숲, 2009)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