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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슥’ 하고 빠져나갔다. 그런 감각이 있었다. ‘빠져나갔다’ 라는 말 이외에 그럴듯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돌 벽을 빠져 나가는 것처럼 저쪽으로 몸이 통과해버렸던 것이다”라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썼다. 이십여 년째 날마다 쉼 없이 달리기를 해온 그다. 빠짐없이 달리기 일지를 기록해왔고, 여러 대회에도 출전했다(소설이 아니라 실제 행적이다). 그러던 중 장장 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75킬로를 넘어서던 어느 순간 그 ‘빠져나가는’ 체험이 찾아왔다. 그다음부터 더 이상 몸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피로에 지칠 만큼 지친 상태였건만 더 이상 피로하지 않았다. 수많은 주자들이 뒤로 처지는 것이 보였다. 일종의 명상 상태와 같은 느낌. 이때부터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구 위의 작업실』(푸른숲, 2009)p.266 김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