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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작성자
김건우
작성일
2025.11.22
조회수
38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오늘날의 사회지도층과 상위 계층은 자신이 누리는 자리와 부를 ‘능력의 결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경쟁을 뚫었고, 남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더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그들에게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지적하듯, 그 능력의 기원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우선, 우리가 흔히 ‘개인의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부모의 경제력, 교육적 환경, 출생 국가, 언어, 인종, 운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더 좋은 학교, 더 풍부한 학습 자원, 더 안전한 지역 환경을 제공받는다. 이는 곧 더 높은 성취로 이어지며, 마치 ‘노력의 결과’처럼 포장된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 요인이 제거된 순수한 능력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능력이 곧 사회적 위계를 정당화할 정당한 기준인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똑같이 노력했더라도, 어떤 능력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어떤 능력은 낮게 평가된다. 

예컨대 오늘날 금융공학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막대한 보수를 받지만,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를 지탱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다. 그러므로 능력의 ‘가치’조차 사회가 임의적으로 정한 셈이며, 이를 근거로 “나는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우위에 서는 것이 정당한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능력주의적 사회는 ‘누가 더 나은가’를 끊임없이 측정하도록 강요하지만, 인간의 가치는 단순한 경쟁적 성취의 총합이 아니다. 능력이 높은 것이 도덕적 우월성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능력주의는 능력 있는 사람을 ‘승자’로, 그렇지 못한 사람을 ‘패자’로 낙인찍는다. 

 

결국, 능력이란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사회적 구조와 운의 산물이며, 그것을 근거로 사회적 위계를 정당화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지금의 특권계층이 누리는 성공은 절대로 “100% 내 능력의 결과”라고 말할 수 없다. 능력을 만들어준 환경, 기회를 제공한 공동체, 시장이 부여한 임의적 가치가 모두 얽혀 있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능력주의 사회는 스스로를 공정하다고 믿지만, 오히려 그 믿음이야말로 불평등을 가장 강하게 고착시키는 착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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