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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는 전체주의의 공포를 다룬 고전이지만, 그 속에 묘사된 감시·검열·선동 구조는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름 끼치는 장치는 바로 ‘진실부(Ministry of Truth)’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관의 역할은 ‘진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거짓을 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즉 기록 조작을 통해 권력에 유리한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실부의 하급 직원으로서, 과거 기사와 기록을 수정해 현재 당의 노선에 맞게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을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면 과거 신문에서 적개심을 표한 기사를 삭제하고, 반대로 오늘의 적이 되면 과거에 했던 칭찬을 모두 지우는 식이다.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진실’을 주입받고, 그렇게 재편된 기억 위에서 사고하고 살아간다.
이 장면들은 소설 속 허구로만 읽히지 않는다. 정보가 정치의 무기가 된 지금의 현실과 놀랄 만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 오히려 ‘불편한 것’이 되고, 현상보다 ‘내러티브’가 앞서며, 언론·정당·지지층이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거나 편집하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때로는 특정 기사만 부각하거나, 반대로 불리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묻혀 버리거나, 프레임화된 표현으로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 등은 모두 현대판 ‘진실부적 행동’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오웰은 진실이 권력의 소유물이 될 때 사회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진짜 현실을 판단할 능력을 잃고, 오직 당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며 결국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게 된다. 진실이 흔들리는 순간, 개인의 사고 역시 흔들리고, 사고가 흔들리면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경고가 『1984』 전체를 관통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 발전 덕분에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능력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띤 왜곡된 정보, 자극적인 선동, 정파적 미디어의 대립,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확증편향의 굴레…. 이런 요소들은 모두 오웰이 그렸던 “진실의 사유화”와 맞닿아 있다. 진실이 객관적 정보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편집 가능한 것’으로 취급될 때, 『1984』는 더 이상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라 현실의 거울이 된다.